늦은 밤 술을 얼큰하게 마시고 반 꽐라 상태로 택시를 탔다.
이상할 정도로 과묵한 택시 기사님.
묵언 수행중이신가?
보통은 어서오세요 라던가 어디 어디 가시죠 하면 예, 알겠습니다 라고 말할텐데, 이 기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.
슬며서 택시 기사를 관찰해본다.
무뚝뚝 그리고 험상궂어 보일 수도 있는 옆 얼굴. 표정이 단호하다.
몸을 보니 덩치도 크다.
왠지 무섭다 이 택시 기사......님.
집까지 중간 정도 갔을 때 술 김에 한마디 말을 건냈다.
"기사님. 말씀이 너무 없으셔서 무섭습니다."
한참후 기사님 대답하길,
"전 손님이 더 무섭습니다."
그렇다. 택시기사가 덩치가 크듯이 나도.. 덩치가 있다. 내 키도 180cm(아주 조금 못 미친다), 몸무게도 80Kg를 훌쩍 넘는다.
기사님은 처음 내가 택시를 잡을 때부터 무서웠다고 한다. 한밤 중 꺼먼 옷에 덩치 큰 남자가 손님으로 타니 무서웠고 술도 꽤 마신 것 같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고.
기사님 생긴 것보다 아주 순하다.
상황이 너무 웃겨 서로 웃다 마침 편의점이 눈에 띄길래 사이좋게 우유 하나씩 마시고 갔다.
난 딸기 우유, 기사님은 초코 우유.
밤 늦게 수고 많으신 기사님께 우유는 내가 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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